2015.12.30

지금 성수에선 나는 왜 그림을 그리려 하는가?

지금 성수에선

나는 왜 그림을 그리려 하는가?

카페성수 그림 강좌 “1년 안에 그림 그리며 감상하기”
화가 최석운의 Interesting art 엿보기

1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최석운 화가의 카페성수 그림강좌 3주차.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단순해보이지만 간단치 않은 마음으로 모인 10여명의 수강생들이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적당히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중년남녀들이 대부분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화가 최석운의 그림강좌는 구태의연한 표현 그대로 망망대해의 작은 섬 등대 같은 시간과 공간이다.

"그림 그리기에는 태생적인 재능이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 즉 관찰력만 있으면그걸 키워서 자신의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해줄 좋은 도구로삼는 겁니다. 사실 그림 그리기를 절실하게 원하는 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말해주고 각각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정도죠. 그걸로 충분합니다. 자신이 이야기 한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그릴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사진_카페성수


화가 최석운의 강의는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피카소의 그림이 좋은 이유가 뭘까요? 피카소의 그림을 10대까지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다가 20대부터는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으로 변화가 시작됩니다. 피카소만의 창조성과 꾸준한 실험 정신으로 오늘 그린 그림과 내일 그린 그림이 다르게 표현됩니다. 우리가 그림을 보는 눈,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그림이 창작과 고뇌의 산물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꾸준하게 연습을 하다보면 좋은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더 나은 표현이 가능한 능력이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꾸준히 그림을 그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꾸준히 그림을 그리려면 우리는 내적인 필연성을 갖고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미국의 모지스 할머니는 78세부터
그림을 시작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누군가는 마침표라고 생각하
는 나이에 자신이 살아왔던 마을의 풍경, 주변의 소담스런 일상들을 마치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꾸밈없이 그림에 담아냈습니다. 이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얼마나 그림 그리기를 행복해하면서 즐기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그림이 좋은 그림이죠."

강사의 설명이 끝나고 다음 순서는 수강생들이 지난 일주일간틈틈이 그려온 작품들에 대한 평가. 아니, 옆에서 엿보니 평가라기보다는 즐거운 수다 같은 시간이다.
"커피를 좋아하여 즐겨 마십니다. 지난수강 이후 나도 평소 좋아하는 것과 나와 관련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와 커피를 한 잔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행복한 상상이라서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을 사용하였고 어머니를그릴 때는 돌아가신 분이라 색상을 어둡게 표현했습니다. 어젯밤 급하게 그리느라 완성도가 미흡합니다."

수강생의 멋쩍은 웃음으로 내어놓은 2개의 아크릴화 소개 뒤에는 정말 어제 저녁, 몇 시간 만에 완성한 그림이 맞느냐는강사의 칭찬이 분위기를 달구고 자연스럽게 다른 수강생들도그림에 대한 감상평을 덧붙인다.
"밝음 뒤에 숨어있는 주부의 고립된 외로움도 보입니다."
"양쪽에 화분이 있어서 안정감을 주네요. 전등갓 느낌도 아늑
함을 주고 발을 뻗고 있는 모습도 편안해보여요."

문득, 그림을 놓고 한동안 계속되는 이야기와 교감이 카페 성수의 따뜻함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다음주 토요일까지 또 어떤 마음과 시간을 담아서 이 자리를 채울까? 나도 뭔가를 그려보고 싶다는 설렘이 마음을 살짝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